2018. 7. 7. 23:30ㆍ여행기/북유럽 미니벨로 여행기
오슬로
스웨덴에서 노르웨이의 국경을 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버스에서
밤새도록 깨었다 잠이 들기를 반복하다가 오슬로에 도착하였다. 아침이라 그런지 버스 터미널은 조용하였다. 투명한 유리창에 회색의 콘크리트의 조합이 절제되고 차분한 분위기를 더한다. 천가방에서
자전거를 꺼낸 후 가방을 실으면서 옆을 보니 유럽에서 처음보는,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는 바로 그
화장실이 있다. 동전을 넣으면 화장실 문이 열리는 구조이다. 유럽에서는
보통 화장실을 사용할 때 돈을 내고 사용하여야 한다는데 노르웨이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짐을 자전거에
다 고정한 후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슬로 첫 인상
7시도 안된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도시는 매우 고요하였다. 버스 터미널 옆에는 잠수부들이 하늘에서 물 속 깊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인상적인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였다. 오슬로라는 도시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소피의 세계』로 유명한 가아더가 쓴 『오렌지 소녀』를 읽으면서다. 책에서 주인공은 오슬로를 이곳 저곳 누비는 것을 묘사하면서 작가는 이 도시를 무언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도시로 표현한다. 그렇기에 오슬로에 대해 특별한 느낌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오슬로는 상상과는 좀 달랐다. 고풍스럽고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그런 그림보다는 스톡홀름보다 더 절제되고 무채색인 느낌이다. 애초에 북유럽의 건축양식은 아기자기한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고요한 아침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도시가 살아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버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지나고 있는데 경찰이 거리를 지나는 흑인들을 불러 세워서 몸수색을 한다. 노르웨이의 경찰차는 일반적인 세단이 아니라 밴이다. 여자와 남자 경찰이 한팀으로 돌아다니는데 여경이 거리낌 없이 흑인들을 불러 세운다. 한창 난민이 이슈인데 노르웨이에도 적지 않은 난민이 들어온 것 같다. 노르웨이 같은 난민들에게 우호적인 북유럽 나라가 오히려 난민들에 대한 통제는 더 확실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지나쳐서 계속 가다가 작은 공원에 다다랐다. 거기에도 경찰차가 있어서 보니 경찰이 둘다 내려서 산책하던 사람의 개를 쓰다듬고 있다. 조금 전과는 상반된 분위기이다. 경찰이 그냥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스톡홀름에서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로 계속해서 패달을 밟았다. 시가지에 있는 오슬로의 건물들은 새로 지은 무미건조한 건물들이 많이 있지만 지나가다보니 현대적인 건물들에서 예전의 품위있는 건축양식, 그러나 북유럽답게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묶기로 한 곳은 앵커 아파트Anker Apartment라는 규모가 큰 호스텔이다. 버스터미널에서 대략 2.6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자전거로는 10분 정도 거리로 별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다. 오슬로에서 가장 저렴한 이 호스텔에서 이틀 밤을 머무는데 5,4000원이니 하룻밤에 27,000원 정도이다. 참고로 이 호스텔은 침대 시트를 별도로 돈을 주고 빌려야 한다. 70크로네를 당시 한화로 환산하면 9,800원이 나온다. 한번 빌리는 가격이고 머무는 동안 계속 쓸 수는 있다. 시트를 빌리거나 자기 시트를 가져와야 하며 침낭은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여행객은 저렴하게 하얀 천을 사와 쓰기도 한다고 들었다.
호스텔에 도착하니 10시 이후에야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로비가 넓어 테이블 옆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좀 쉬었다. 스톡홀름에서 오슬로까지 오는 버스에서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피곤하였다. 그렇게 앉아서 계속 쉬다가 시간이 되어 방을 받았다.
이 호스텔에는 넓은 한 방에 대략 10개의 이층침대가 있는데 나는 딱히 불편하지 않고 괜찮았다. 2층에 배정받은 침대에 피곤하여 바로 누워 나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오늘 가기로 한 곳
오후 한시가 지나서 잠에서 깨었다. 아직 피곤한 감은 있었지만 하루를 잠으로 보낼 수는 없어서 먹을 것을 찾아 일층 로비로 내려간 김에 오전에 받은 2층 침대를 1층 침대로 바꾸었다. 로비 옆에는 작은 식료품점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50% 세일하는 긴 샌드위치와 감자칩을 사서 먹었다. 노르웨이는 확실히 비싸다. 이 식료품점은 특히 더 비싸다. 핀란드보다 스웨덴이 더 비싼데, 노르웨이는 그보다 더했다.
식료품점에는 히잡을 쓴 외국인이 점원이 일을 보고있다. 친절하기는 하지만 영어는 잘 못한다. 그냥 그저 그런 샌드위치를 다 먹었다. 호스텔 규모가 커서 그런지 일층에 물품보관소가 따로 있는데 여기에 풀사이즈의 자전거를 안에 세워 둘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물론 누가 짐을 가져갈 수도 있기에 자물쇠로 묶어 놓는 것이 좋다. 앵커 아파트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걷기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자전거로는 무리없이 갈 수 있다. 물품보관소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밖으로 나갔다. 먼저 노르웨이 왕궁을 가기로 하였다.
노르웨이 왕궁에는 이런 동상이 많이 있다. 동상들의 머리는 새들의 쉼터가 된다.
오슬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것은 헬싱키가 자전거도로가 매우 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스톡홀름이고 오슬로는 마지막이다. 다음에 다시 자전거 여행을 하라고 하면 핀란드를 가고 싶을 정도로 자전거길이 잘 되어있다. 오슬로시도 자전거 도로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구시가지가 이미 있어서 그런지 가다가 중간에 끊기는 자전거 도로가 많았다.
오슬로에는 트램 철도가 특히나 많이 깔려 있다. 그렇기에 머리 위에 전기줄이 거미줄처럼 쳐저있다. 트램이 많은 곳에서 자전거를 탈 때 주의할 점은 바퀴가 철도 홈에 빠져 넘어지는 것이다. 오슬로에서는 자전거가 트램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현지인의 뒤를 따라 가는 것이다. 현지인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언제 어디서 서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지도를 보면서 가다가 사람이 많은 거리에 들어섰다. 이 거리는 알고 보니 궁까지 그 거리가 쭉 이어져 있었다. 미국에서 온 흑인이 농구공으로 묘기를 부리는 거였지만 말만 많이 하고 굳이 따로 볼 것은 없었다.
길을 계속 따라가 궁에 도착하였는데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핑크색의 먼지가 안나는 흙이다.
궁 주변에는 정원이 널찍하게 퍼져 있었다. 궁은 별 다른 장식없이 소소하게 생겼다.
왕궁의 정원은 일찍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한다. 과연 노르웨이 답다.
이런 병정도 옆에 서있다.
정원도 좀 둘러보면서 쉬다가 노르웨이 국민작가인 입센의 집에 가보기로 하여 갔다. 오후 5시에는 문을 닫는다고 이미 닫혀 있어서 방향을 오페라 하우스로 틀었다.
가던 중에 어느 조그만 광장에서 가스펠과 CCM같은 것을 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 어느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였는데 오슬로 근방의 어느 교회에서 왔다고 한다. 루터파냐고 물어봤는데 무슨 필그림 처치라고 한다. 주일에 예배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딱히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슬로에 잠깐 온거라 그럴 수도 있다. 노르웨이의 현재 기독교와 관련해서 더 물어봤으면 좋을 뻔하였는데 아쉽다.
그 앞에 있었던 이름 모를 건물. 주위로 공사가 한창이다.
오페라 하우스 가는 길에 시가지 중심에 교회가 하나 보인다. Domkirke 직역하면 대교회. 1697년에 새워졌으니 300년도 더 된 루터파 교회다. 『오렌지 소녀』에서 여러번 나오는 교회이다. 책에서만 보면 거대한 대문을 중심으로 세모꼴의 대칭을 이루는 거대한 대성당처럼 웅장할 줄 알았는데 딱 오슬로 느낌처럼 소소하다.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하였다. 오페라 하우스는 푸른색의 사각형의 유리건물이 바다쪽을 항하여 있고 물에서 지불까지 경사로 이루어져 사람들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 주의의 건물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구름도 많이 끼고 기온도 내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오전에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마트에 갔었는데 가격이 좀 비싼 것 같아서 다른 마트에 갔다. 가는 길에 교회가 있었는데 내일 몇시에 예배가 있을지 궁금했다. 스톡홀름에서 네덜란드인이 먹던 것처럼 먹으려고 빵을 찾는데 마침 빵을 덩이 째로 저렴하게 파는 것을 찾아 들었다. 빵을 파는 곳 옆에 꽤 큰 기계가 있는데 빵덩이를 식빵처럼 잘라주는 도구였다. 빵을 넣어보니 잘 잘린다. 처음이라 잘 몰라서 해매고 있는데 옆에 있는 현지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미국에 있을 때 슈메이커라는 성을 가진 친구의 어머니와 영락없이 빼 닮았다. 독일 성인데 스칸디나비아랑 관련이 있나...? 빵과 함께 누텔라와 치즈를 사와 그것으로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감자칩을 샌드위치에 넣어서 먹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왜 아까운 칩을 그렇게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칩이 워낙 많아서 똑같이 넣어서 먹었다. 샌드위치에 야채를 넣은 셈쳤다.
마트에 가서 같은 크기의 미니벨로를 봤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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