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5. 01:57ㆍ여행기/북유럽 미니벨로 여행기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다가 홍콩에서 온 마르커스Marcus를 만났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바빠지기 전에 여행을 하다는 마르커스는 오늘 아침에 스웨덴 서쪽에서 스톡홀름에 막 도착하였다고 한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자전거를 타고 도시 이곳저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스톡홀름은
흔히들 북쪽의 베니스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와서 보니 도시가 여러 섬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 도시는 14개의 섬 위에 세워져 있고 50개의 다리가 각 섬들을 이어준다. 그렇다고 베니스처럼 오밀조밀하게
운하가 이어져있는 것은 아니고 큼직큼직한 섬들 사이에 바다가 흐른다고 보면 된다.
여기가 북유럽의 베니스입니까
스톡홀름에는 헬싱키와는 다르게 고풍스러운 건물이 더 많았고 큰 건물도 많이 있다. 그래도 북유럽이라 그런지 그 외 건물들은 심플하고 절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은 같았다. 스톡홀름은 여러 섬을 중심으로 여러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감라스탄이다. 직역하면 옛도시. 올드타운이라고 하는 이 구역은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남쪽으로 쭉 걸어가면 있는 섬에 위치해 있다. 13세기부터 존재한 이 동네는 울퉁불퉁한 돌길과 중세의 거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감라스탄 골목
감라스탄이 올드타운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현대적인 구역은 그 밑에 있는 섬에 위치한 쇠데르말름이 있다. 말은 현대적이라고 하지만 감라스탄이 중세도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둘 다 오래되어 보인다.
감라스탄에는 Storkyrkan이라는, 직역하면 ‘대교회’라는 오래된 큰 교회가 있다. 공식 명칙은 세인트 니콜라스 교회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스톡홀름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대관식을 하는 장소로 유명한데, 아침 산책 겸 자전거를 타고 잠깐 다녀왔다. 감라스탄은 섬 전체가 완만한 동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교회 건물은 동산 꼭대기에 있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전에 다음학기에 있을 수업 예비수강 신청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서 돌아가야 해 잠시 돌아보다가 숙소 앞 공원에 들러 잠시 쉬어 가기로 하였다.
도시마다 Free Walking Tour라고 해서 무료로 가이드를
해주고 팁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좋았다고 어제 밤에 들었다. 그 투어가 11시에 있다고 해서 가려고 준비하다가 어제 만난 독일인 마틴을 만나서 같이 길을 나섰다. 마틴은 어제 투어를 다녀와서 오늘은 박물관을 돌아보기 전에 비블리텍에 잠깐 들릴꺼라고 말한다. 비블리텍? 비블리텍이 뭘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비블리 + 텍= 도서관이었다! 가는 곳마다 도서관을 들릴 계획이어서 잘됐다 싶어 같이 갔다. 최근에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내가 찾는 도서관이 아닌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가 찾던 스톡홀름
공공 도서관이었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서관을 뽑을 때마다 거론되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은 겉은 특별한
장식없이 소소하게 생겼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 구조로 되어있고 책이 도서관 벽을 둘러싸고 있다.
스톡홀름의 길을 걷다보면 인도 바닥이 매우 찐득찐득한 부분을
종종 지나게 된다. 마틴이 그것은 가로수로 심겨진 나무에서 나온 진액 때문이라고 하면서 가로수로 왜
그런 나무를 심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것과 같은 이치인가. 도서관을 구경한 후 마틴하고 헤어져 갈 길을 갔는데 결국 도서관을 보느라 투어에는 늦어서 참가를 못했다. 대신 가고 싶었던 바사 박물관에 먼저 가기로 했다.
스웨덴 전통의상을 입고 안내하는 소녀
감라스탄을 넘어가는
다리에 봉사점수을 따려는 학생처럼 보이는 안내자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명쾌하게 세번째 다리에서 건너면 된다고 한다.
다리를 기준으로 말하니 복잡하게 생긴 도로에서 해매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길가에서 파는 길쭉한 젤리 같은 사탕을 3유로나 주고 사 먹었다. licorice라고
말그대로 알록달록한 색의 감초사탕이다. 스웨덴 뿐 아니라 북유럽에서 전반적으로 많이 보인다. 많이 달아서 한번에 다 못 먹었다.
노르디스카 박물관. 북방민속 박물관이다. 바사 박물관과 같은 섬에 있다. 스톡홀름에는 무료 박물관도 꽤 많이 있다. 여기는 화요일에 무료.
화창한 날씨라서 약간 덥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날씨는
상당한 드물었다. 바사박물관까지 걸어가는데 30분 정도의 거리이다. 가면서 도시 구경도 같이했다.
노르웨이에 가면 그리워질 날씨
매우 화려한 건물이다.물가에 있는 건물들은 오래돼서 그런지 장식도 더 많이 달려있다. 세번째 다리를 건너 여러 전시관이 위치한 섬으로 들어갔다.
세번째 다리의 조각상
바사 Vasa 박물관은 1600년 대에 침몰한 바사호라는 배 하나를 통째로 건져 올려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전체가 이 배 하나를 전시한다. 건물 지붕 위에는 돛대 세개가 솟아 있는데 원래 지붕이 없었으면 돛대가 그 높이까지 솟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박물관이라 그런지 건물 밖으로 줄이 한참 길었다. 학생 할인을 받아 15000원(110크로네)를 내고 들어갔다.
들어가면 배가 바로 앞에 있는데 상상이상의 크기로
매우 컸다. 배의 길이는 대략 70m에 높이는 48m이다.
대포는 상하 이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요새에 설치해 놓는 황소 만한 대포이다.
이 배가 이렇게 원형이 잘 남아 있었을 수 있던 이유는 처녀항해를 한지 20여분만에 가라앉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왕이 매우 야심차게 준비한
배였기 때문에 진수식을 할 때 여러 국가에서 보러오고 시민들도 다 보러 나왔는데, 배를 크게 만들면서
배의 무게중심이 불안정하게 되어 띄우자마자 기울었다. 다행히도 뭍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배는 항구 만 바닥으로 가라앉았는데 만의 진흙으로 덮이면서 거의 원형으로
보존이 되었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매선으로 같은 배를 한대 건조 중이었는데 이번 일로 폭을 1미터를 넓혔더니 문제가 없이 전투선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배는 관람층만 4개로 나눠야 할 정도로 컸는데 외부는 화려한 많은
조각품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대포를 거치하는 각각의 창문에도 사자의 조각이 달려 있고 선미는 휘황찬란한 색깔의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시 선미의 원색이 어땠을지 프로젝트로 덮어보여 준다.
보통 그 당시 배라고 생각하면 그냥 갈색의 배를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땡땡의 모험에서 나오는 아독선장의 선조의 배처럼 그 시대의 영광을 보여준다.
배의 두께는 70cm정도로 두꺼워서 왠만한 대포로는 뚤릴 것 같지도 않았다.
아기자기한
볼트가 중간중간에 박혀 있었는데 알고보니 배의 두께를 가로지르는 70cm 이상의 볼트였다.
4층에서 바라 본 바사호
이런 포탄의 종류까지
박물관은 매우 알차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배 자체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배 안에서 발굴한 그 당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물건들까지, 그리고 배에 탑승하였던 사람들까지 모두 자세하게
설명한다.
처녀항해 당시 탑승 했던 사람들이 다 그려져 있다. 이런 디테일 좋다.
당시 조선소
박물관 내에서 주기적으로 상영하는 다큐도 매우 볼만했다. 바사 박물관은 기대이상으로 대단했다.
박물관에서 두시간 넘게 있다가, 오후에 있는 시티투어를 참가하러 가야해서 나왔다. 길에서 마틴을 만났다. 마틴은 노르딕 박물관으로 가는 중이란다. 각자 구경한 후 저녁에 만나자고 하여 번호를 교환하였다. 그런데 마틴과 번호를 교환하면서 걸렸던 시간 때문에 투어에 또 늦어서 또 참가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혼자 감라스탄을 돌아다녔다.
감라스탄에 정부 건물들이 많이 들어 서있다. 무슨 중요한 발표를 하는 날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다 찍길래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나도 한 컷 찍었다. 몇년 전에 스웨덴의 한 장관이 조카에게 줄 초콜릿을 법인카드로 사고 나중에 채워 넣었다가 사임한 일이 있다. 스웨덴은 그런 나라다.
골목의 어느 상점에 들어갔는데 일본만화를 많이 팔고 있고, 현지인들이 관련 만화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본 만화가 스웨덴에서도 수요가 꽤 되나보다. 그런데 매우 비쌌다. 거기에서 선물로 땡땡 관련 선물 두개를 사서 나왔다.
컵 든 땡땡 뒤에 밀루와 땡땡이 갇혀있다.
5시 40분쯤에 광장에서 마틴을 만나서 감라스탄을 같이 둘러 보기로 하였다.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Stortorget 이라고 하는 대광장. 지금은 알록달록한 건물들로 차있는 이 장소는, 16세기에 덴마크가 스웨덴을 통치하였을 때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2세가 스웨덴 귀족들을 초대해서 다 죽였던 장소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우물인데, 피의 우물이라고도 불린다. 그
일을 기점으로 스웨덴이 덴마크에서 독립하게 되었는데, 당시 스웨덴 군을 이끈 왕이 바로 바사호의 이름을
딴 구스타브 1세 바사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광장 한켠에는 노벨 박물관 자리잡고 있다. 왕궁도 광장과 가까운 곳에 있다.
감라스탄 지구에 있는 건물 곳곳에는 쇠로 된 모형들이 곳곳 박혀 있는데 그것은 벽돌을 잘 고정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한다. 시대마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그 모형을 보면 언제 지어졌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마틴은 어제 투어에 참가해서 그런지 이 지역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개인 투어를 하게 되었다.
이 지구에 큰 교회가 또 하나 있는데 그 교회이름이 독일 교회라서 왜 그런건지 물어보았더니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가는 곳마다 그렇게 교회를 새웠다고 한다.
스웨덴어로 노래도 잘한다.
길거리 공연을 좀 구경하다가 마틴이 어제 맛있어 보이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고 먹자고 해서 그 가게를 찾으러 여러 골목을 돌아다녔다.
감라스탄은 관광화되서 사람이 매우 많다. 아이스크림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관광객이 안가는 곳으로 들어섰는데 골목 하나 차이로 조용한게 완전히 다른 세상 같았다.
아기자기한 창문 건너편에 있는 놀이터.
장식이 없으면 그리면 된다.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독일 교회이다. 교회 안에 놀이터가 있나보다.
중세의 골목
사람들이 줄 서있는 가게를 겨우 찾아서 35크로나에 사먹었다.
조용하지만 세련되고 절제되어 있지만 매혹적이다. 북유럽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감탄이 나온다.
감라스탄에도 사람이 산다.
마틴이 자신이 ‘교육자 educator’라고 해서 무슨 일을 하나 했더니 유치원교사를 한다고 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사는 마틴은 휴가를 내고 일주일 정도 스톡홀름에 여행왔다고 했는데 여기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한다. 어제는 저녁으로 10유로를 주고 샌드위치를 사먹었는데 독일보다 두배라고 꼭 맛있어야 한다고 실패하면 안된다고 하였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토틸리아니라는 만두 같은 파스타 종류와 소스를 사왔다. 마틴은 채식주의자여서 토틸리아니도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샀다.
숙소에 와서 먹었는데 요리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그냥 끊는 물에 익힌 후에 소스를 부어 섞어서 먹는 것이었는데 라면 끊이는 것만큼이나 간편하다. 따듯한 음식은 항상 환영이다. 따듯한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
마틴
저녁을 먹고 알베르토와 마틴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틴은 예전에 남미를 여행했을 때 거기에서 발견한 지그재그 무늬가 자신과 맞게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철학과 맞는 그 무늬를 예전 역사 속에 일어난 일을 사죄하는 의미로 몸에 새겼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알베르토는 그와는 다르게 재미를 추구하면서 큰 걱정없이 사는 것 같았다.
처음 본 사람과도 말을 잘 섞는 유쾌한 스웨덴인들 사이에서 밤은
깊어지고 이야기는 길어지는데 눈꺼풀은 점점 감겼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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